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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경영전략

개념과 관념사이: 경영전략과 글쓰기

어릴 적,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때의 꿈은 막연했다. 단지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그것을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순수한 열망이었다. 글쓰기는 나에게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내 마음속 이야기를 세상에 펼쳐 보이는 마법 같은 행위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다른 의미"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영업 기획, IT 기획, 전략 기획 등을 거치며 수없이 많은 글을 써왔지만, 그것은 어린 시절 꿈꾸던 글쓰기와는 사뭇 달랐다. 기업의 언어로, 숫자와 데이터로 무장한 채 쓰는 글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잊은 채, 경영의 세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를 익혀갔다.
 

개념적인 글쓰기

 
직장 생활에서의 글쓰기는 철저히 개념적이어야 했다. 수많은 기획서와 보고서를 작성하며, 나는 점차 '사실'과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한 번은 새로운 제품 출시를 위한 기획서를 작성할 때였다. 나는 그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열정적으로 그 가치를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참석한 윗 분들은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 됐구요,,, 시장 규모는 얼마입니까? 예상 매출은? ROI는?"
 
그때부터 나는 철저히 숫자와 사실에 기반한 글쓰기를 익혀갔다. 시장 조사 데이터, 경쟁사 분석, 재무 예측 등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구조를 세우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개념적 글쓰기는 나에게 새로운 전문성을 안겨주었다. 사실에 기반한 글쓰기가 경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의사결정자들의 신뢰를 얻는지 배웠다.
 
예를 들어, IT 시스템 도입을 위한 기획서를 작성할 때였다. 단순히 "이 시스템이 좋다"는 주장 대신, 구체적인 비용 절감액, 생산성 향상 지표, 경쟁사 대비 우위 등을 수치화하여 제시했다. 이런 접근은 경영진의 즉각적인 호응을 얻었고, 프로젝트는 신속하게 승인되었다.
 

관념적인 글쓰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점 더 깊은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숫자와 사실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감성과 철학을 담아내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경영 글쓰기에도 인간적인 통찰과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였다. 처음에는 늘 하던 대로 시장 분석, 전략 방향, KPI 등을 나열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회사의 역사,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우리가 세상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 등을 포함시켰다. 이 관념적 요소들이 더해지자, 비로소 비전은 생명력을 얻었고 직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개념과 관념의 경계에서

 
이제 나는 개념과 관념의 경계를 넘나들며, 두 가지를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경영에서는 물론 사실과 데이터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속에 사람들의 감정과 가치관이 함께 담길 때,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얼마전 ESG 연구분야에서  지속가능경영 전략에 관한 기획안을 쓰고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습관대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등 수치적인 목표만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우리의 노력이 미래 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 회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렇게 개념과 관념을 조화롭게 담아낸 따듯함이 느껴지는 기획안을 마주하게 되었다.
 

새로운 출발

 
이제 나는 새로운 글쓰기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그것은 단순한 보고서나 기획서 작성이 아니라, 내 삶의 경험과 철학을 담아내는 글쓰기다. 경영의 세계에서 익힌 논리와 분석력을 바탕으로, 거기에 인간적인 통찰과 감성을 더하고자 한다.
 
우리의 삶, 그리고 경영의 세계는 개념과 관념이 공존하는 복잡한 실체다. 단순히 숫자로만, 혹은 감정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나의 글쓰기는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꿈꾸던 '진정한 의미의 글쓰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당신의 삶에서도 개념과 관념의 조화를 찾아보시기 바란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 풍성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